[케이브릿지 미디어/Jay Son] 유럽연합의 암호자산 규제법 ‘미카(MiCA)’가 본격 시행되며 일부 기업은 규제 순응을, 일부는 철수를 선택하는 등 유럽 암호화폐 시장의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는 미카 규제 준수를 포기한 반면, 암호화폐 커스터디 기업 비트고(BitGo)는 독일에서 관련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유럽 시장 확대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유럽연합이 마련한 ‘암호자산 시장법(MiCA)’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행 단계에 들어가며, 암호화폐 업계의 대응 양상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미카는 27개 EU 회원국 전역의 규제를 통합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소비자 보호 및 장기적 시장 안정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 시행 과정에서는 일부 기업의 반발과 철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분야에서 규제가 집중되면서 기존 시장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년 1월부터 유럽 내 암호자산 서비스 제공자(CASP)는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합법적으로 영업이 가능하며, 기존 업체들은 각국 정부가 정한 최대 18개월의 유예 기간 내에 이를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규제가 너무 엄격하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테이블코인 USDt(테더)를 발행하는 테더는 미카 규제에 따르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테더 측은 백서 제출, 유럽 내 라이선스 취득, 자산준비금 요건, 이자 지급 금지 등의 조항이 시장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테더 최고경영자 파올로 아르도이노는 “규제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미카가 스테이블코인에 적용하는 라이선스 구조는 유럽의 중소 금융기관에도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유럽 내 거래소들이 테더를 상장 폐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유동성 축소와 디파이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미국 기반의 커스터디 전문업체 비트고는 독일 금융감독청(BaFin)으로부터 미카 요건을 충족한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유럽 기관 고객 확대에 나서고 있다.
비트고 유럽사업 총괄 브렛 리브스는 “유럽 규제 당국은 요구사항이 까다롭긴 하지만, 일관되고 실무 중심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블록체인협회의 정책 책임자 에르빈 볼로더 역시 국가별 해석 차이를 줄이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규제기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카는 유럽 암호화폐 산업에 명확성과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일부 대형 프로젝트의 이탈과 규제 대응 격차로 인해 시장 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